[영화로 보는 경제] 미국의 18세기 '내로남불' 무역갈등, 독립을 불러오다
[영화로 보는 경제] 미국의 18세기 '내로남불' 무역갈등, 독립을 불러오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3.1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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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속 "대표가 없으면 세금도 없다"? 그냥 "세금은 없다"
각종 세금 모두 거부한 식민지 주민, 영국 '무관세' 홍차 판매로 돌파 시도
밀수업자 반발 '보스턴 차 사건', 통제력 강화 시도한 영국과 독립전쟁 서막 올려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The Patriot, 2000)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멜 깁슨(벤자민 마틴), 히스 레저(가브리엘 마틴), 졸리 리처드슨(샤를롯 셀턴), 제이슨 아이삭스(윌리엄 테빙턴), 크리스 쿠퍼(해리 버웰)
별점: ★★★ - 과한 국뽕은 여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다른 세상 사람들은 고귀하다고 할까. 아니면 속물적이라 할까. 그들이 어떻게 보든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우리의 땅에서,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의 요구가 정당한데 어떻게 보이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저들의 부당한 요구를 물리칠 도화선이 필요 할 뿐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말 한 마디는 다른 어떤 말보다도 이 시기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대표가 없는 곳에 세금도 없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에 세금이 작용하는 사례는 인류 역사에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로마는 잘 짜여진 세금 제도가 제국 말기 과도한 세금으로, 중국 역대 왕조들의 몰락에도 세금을 견디지 못한 백성들의 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18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차(茶)에 대한 세금 때문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이후 200년 인류 역사의 방향을 결정지었다고 할 정도로 세계사적으로 거대한 역사의 시작이었습니다.

멜 깁슨이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벤저민 마틴 역으로 나오는 영화 ‘패트리어트’는 인물 설정부터 영화 내 미국군과 영국군의 묘사까지 곳곳에 허황된 설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영화 시작 무렵 ‘세금’에 가장 불만이 많았고 그것이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영화 '패트리어트'에서는 영국군이 흑인 노예들을 무시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의 태도가 더 과했으면 과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진=다음영화
영화 '패트리어트'에서는 영국군이 흑인 노예들을 무시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의 태도가 더 과했으면 과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진=다음영화

우리가 아는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은 보스턴 차 사건입니다. 1773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민들이 영국으로부터 차를 수입해오던 선박을 습격해 바다에 폐기한 사건입니다. 고작 차를 버린 게 왜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냐고요? 이건 미국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의 사정이 앞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에 앞서 유럽은 1756년부터 1763년까지 ‘7년 전쟁’을 겪습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에서 프로이센에게 패한 합스부르크왕가가 빼앗긴 슐레지엔 지방을 되찾기 위해 일으킨 전쟁으로,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작센, 스웨덴, 러시아의 한 축과 프로이센, 하노버, 영국의 한 축이 부딪힌 대규모 전쟁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국과 프랑스는 바다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까지 전쟁을 이어갔고, 승리한 영국이 지배권을 획득합니다. 문제는 이긴 건 좋았지만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였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 부채가 세수의 절반인 1억3400만파운드였다고 합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은 영국에게 식민지였습니다. 영국은 전쟁 직후 1964년 설탕세, 1965년 인지세를 거두었고 이는 북아메리카 식민지 주민들에게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과연 이 세금이 과했을까요? 설탕세를 비롯한 관세를 통해 영국이 거둔 세수는 4만파운드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왜 이것 밖에 되지 않았을까요?

지금의 명칭으로 말하면, 미국은 ‘조세피난처’였기 때문이며, 영국이 북아메리카 대륙의 잠재성을 알아보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선 시기에 이은 금광을 발견하지 못한 영국은 아시아 지역에 집중했고, 북아메리카 대륙은 식민지임에도 이례적으로 경제활동의 자유와 세금 면제 혜택을 줌으로써 이민과 산업을 활성화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도 영국 군대가 주둔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 비용은 연간 25만파운드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세수가 적다보니 영국 정부가 오롯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었죠.

영국 입장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했고, 영국인들이 이민을 가고, 영국 군대를 주둔시키니 식민지도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식민지 사람들은 그 돈을 영국에 내기 싫었습니다. ‘대표가 없다면 세금도 없다’고 말은 했지만, 정작 영국 의회에 식민지 의석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은 거절합니다. 그들이 원한건 영국과 함께하되 독립된 식민지 의회였습니다.

세금을 걷으려 대표성까지 부여하겠다는 것도 거절하니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영국은 1773년 홍차법을 도입합니다.

그럼 이 차에 대한 세금이 비싸져서 전쟁까지 일어난 걸까요? 이 또한 아닙니다. 홍차법은 동인도 회사가 북아메리카 13개 식민지에 무관세로 차를 판매할 특권을 부여한 법입니다. 무관세입니다! 관세가 없으면 당연히 가격이 내려가겠죠.

저기 배에 올라가 있는 얘들, 다 밀수업자입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저기 배에 올라가 있는 얘들, 다 밀수업자입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세수가 필요하지만 무관세로 차를 파는 건 앞뒤가 안맞지 않나요?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인의 시각에서는 독립의 계기가 된 명예로운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영국인 입장에서는 밀수업자들의 탈세적 행위가 겉으로 드러난 불법적인 사건입니다. 홍차법의 목표는 대량으로 차 재고를 보유하고 있던 동인도 회사가 밀수업자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를 공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세금을 거두는데 있었습니다. 북아케리카 대륙에서 살던 주민들은 ‘대표가 없다면 세금도 없다’는 논리를 마음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대표가 없으니 세금도 없고, 관세도 낼 필요가 없으며, 그렇기에 밀수는 당연히 허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스타벅스의 등장은 보스턴 차 사건부터 이어진 역사가 존재합니다. 보스턴 차 사건 이후 홍차가 영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식민지인들은 대신 커피 소비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급작스런 변화는 유럽에서처럼 정성들인 로스팅을 통해 향기를 즐기는 커피 대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했고, 스타벅스는 초창기 예전 유럽식처럼 향기를 강조한 커피를 판매하면서 성장합니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영국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세금 갈등은 '미국'이란 나라를 탄생시켰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사진=다음영화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영국과 북아메리카 대륙의 세금 갈등은 '미국'이란 나라를 탄생시켰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사진=다음영화

어쨌든, 영국으로서는 식민지인들의 주장이 황당했을 겁니다.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고 하니까요. 보스턴 차 사건으로 영국은 손해배상과 보스턴 항구 폐쇄와 함께 자치령으로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 식민지를 대표해 매사추세츠 지역 자치령을 폐지하고 보복 법률을 제정합니다. 이를 통해 식민지인들의 반감이 커졌고 1775년 4월 결국 영국과 식민지 사이 무력충돌이 발생하면서 독립전쟁의 막이 오릅니다.

영화에서처럼 독립전쟁은 초반 식민지에 불리하다 조지 워싱턴의 활약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고, 1778년 3월 프랑스가 영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영국에 패한 반감과 견제가 프랑스 내에서 호응을 얻었고, 이때 조지 워싱턴과 만나 참전에 큰 역할을 한 라파예트 후작은 워싱턴DC 라파예트 공원에 동상으로 남아 기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많은 재정을 지출은 프랑스 또한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고, 이는 미시시피 주식회사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에 남을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세금에 대한 불만이 이래저래 역사에 큰 여파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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