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산재 줄이겠다"던 CJ대한통운, 뒤에선 '속도 경쟁' 본격화?
"과로사, 산재 줄이겠다"던 CJ대한통운, 뒤에선 '속도 경쟁' 본격화?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2.2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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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네이버와 ‘지정일 배송’과 ‘오늘 도착’ 서비스 추진 발표
같은 날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신형수 대표 "산재 줄이겠다"
전국택배노동조합 "4000명 투입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배송 노동자 당일 배송 원칙부터 개선 필요"
사진=CJ대한통운 홈페이지
사진=CJ대한통운 홈페이지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CJ대한통운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산재를 줄이겠다고 말한 게 무색하게 택배 속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든다.

지난 22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네이버와 ‘지정일 배송’과 ‘오늘 도착’ 등이 포함된 배송 서비스를 추진한다. 오늘 도착 서비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에서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배송하는 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의식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같은 날,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지금 택배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과로사 문제에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신 대표에게 “우리나라 물류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또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을 해 나갈 것인가”라며 “실제 물류 회사마다 속도 경쟁을 하고 있고 이것이 과로나 아니면 일하는 양에 대해서는 좀 더 가중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들 포함해서 간단하게 한번 좀 말씀해 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제가 현재 판단하고 있기로는 현재 대한민국의 택배 시스템과 관련돼서는 2019년까지는 전체 물류 케파보다 수요가 더 적었는데 지난해 코로나 시점을 기점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물류가 공급할 수 있는 케파가 수요보다 훨씬 줄었다”며 “결국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과로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시스템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현재 물류 시스템 내의 현재 시스템 가지고는 안 되고 전반적인 산업 정책 투자가 뒷따라야 할 것으로 국가 전체의 물류 기지화, 단지화, 그리고 시설에 대한 투자, 이런 부분이 지속적으로 될 때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다”고 답했다.

신 대표가 말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기다리기엔 이미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CJ대한통운에서만 1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로 인해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나섰고 택배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투입하기로 밝혔다. 이날 신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4200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앞으로 200명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속도 경쟁이 벌어지면 이런 인력 투입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 없다.

강민욱 전국택배노동조합 교선국장은 “당일·총알·새벽·로켓배송 등 빠르게 배송되는 걸 경쟁력으로 하는 서비스 출발 주자는 쿠팡으로, 지금 연이어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도 빠른 배송을 담보하기 위해 심야배송도 하고 장시간 노동도 하는 배송 노동자들과 분류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 착취와 노동 강도가 주어지고 있는데, 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속도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선국장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속도 경쟁에 불을 지피는 건 사회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모여지는데서 반하는, 국민 정서와 사회적 여론에 반하는 행태로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부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오른쪽)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왼쪽)의 "물류 회사마다 속도 경쟁을 하고 있고 이것이 과로나 아니면 일하는 양에 대해서는 좀 더 가중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해답으로 "국가적 차원의 물류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사진=국회 TV

CJ대한통운에서 택배 노동자 산재를 줄이겠다고 하는 말이 와닿지 않는 건 이미 앞서 약속한 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인지 모른다.

강 교선국장은 “4000명 분류 노동자 투입 약속은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4일 노조가 있는 서울 지역 실제 현장 투입 인력을 조사한 후 국토부를 방문해 CJ대한통운이 국토부에 하루, 이틀 전 보고한 날짜들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합의 이행 신고센터에도 다양한 곳에서 분류 작업에 인원이 투입되지 않거나, 약속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작업은 7시부터 시작인데 9시부터 분류 인력을 투입한다던지, 분류 작업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던가 등 신고가 다양한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가 말한 물류 인프라 구축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해결해주지는 않을 듯 하다. 강 교선국장은 “속도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택배 분류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들이 겪게 될 압박감이나 중압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쿠팡 사례처럼 생산량을 점검하고 높이려는 과정 속에서 배송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풀필먼트(Fulfillment) 종사자들은 발암물질로 규정된 심야근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강 교선국장은 “배송 노동자들은 현재도 서브 터미널에 도착한 물건은 그날 배송한다는 ‘당일 배송 원칙’이 적용돼 그날 아무리 물건이 많이 와도 당일 배송해야 한다”며 “물량이 과도하면 공산품이나 옷 같은 상품은 다음날 배송할 수 있도록 열어놓으면 조절할 수 있을텐데 여전히 당일 배송 원칙을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지키지 않으면 평가 점수를 깎고, 이런 와중에 속도 경쟁이 가속화된다면 택배 노동자들을 옥죄는 정책이 더 나올 수밖에 없고 당연히 분류 노동자, 택배 노동자들이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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