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선택 'MC사업본부 매각'으로 결론나나
구광모의 선택 'MC사업본부 매각'으로 결론나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1.01.20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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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윙'으로 대변되는 윗선-직원 간 괴리감
LG유플-화웨이 이어 BOE-틱톡까지…중국발 이슈 연이어
권봉석 사장 대표되는 '가전 시각으로 스마트폰 만든다'
전체 임원 중 MC사업본부는 소수…변화 대신 유지 선택
▲권봉석 LG전자 사장.
HE사업본부를 담당하던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MC사업본부 겸직은 스마트폰을 대하는 LG전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사진=LG전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LG전자 MC사업본부 매각설이 ‘사실무근’ 해명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현직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전하는 분위기를 보면 내부에선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23분기 연속 적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매각설에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MC사업본부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LG 윙은 연말까지 국내 판매량이 3만대를 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현직자로 밝힌 사람은 “MC사업본부 연구원들은 LG 윙을 반대했었지만, 정작 이를 밀어 붙인 윗선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더라”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 시각과 시장의 괴리감을 나타내 주는 건 LG 윙만이 아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제품에서 쿼드덱(Quad DAC)을 제외시킨 건 소비자들로부터 ‘LG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제외한 것이란 평이 나온다. DAC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로 쿼드덱은 이 DAC 4개를 묶어 하나의 아날로그 신호로 내보낸다. 하나의 DAC로 노이즈를 줄이고 음질을 향상시키는 데 한계가 옴에 따라 병렬로 DAC를 배치해 음질을 더 좋게 만든다. LG전자는 쿼드덱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탑재한 V20을 선보이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 추세에서 쿼드덱을 장착한 LG전자 스마트폰은 차별성을 주는 요소였지만 원가 절감 흐름에 따라 사라졌다.

LG 윙에 대한 반응은 내부에서도 좋지 못하다. 사진=커뮤니티 캡쳐
LG 윙에 대한 반응은 내부에서도 좋지 못하다. 사진=각 커뮤니티 캡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야심작이자 MC사업본부 반등 계기로 여겨지는 롤러블폰에서도 나오고 있으며, 여기에는 LG유플러스-화웨이 5G 논란에 또 다시 중국 이슈가 존재한다. LG전자가 준비중인 롤러블폰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중국의 BOE가 개발하고 있다.

최근 CES2021에서 영상으로만 공개된 LG 롤러블폰이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 나오지 않는건 BOE가 개발하는 “디스플레이 수율이 따라오지 못해서”가 이유로 여겨진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총괄 주관기업으로 선정됐으며, 디스플레이 기술이 국가 기밀로 보호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선택이다. LG그룹 내부에서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며, 사실이라면 수장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MC사업본부가 매각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주문자 개발생산) 비중은 늘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국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지난해 2월 출시한 LG Q51 제품은 1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공지를 통해 “틱톡(TikTok) 어플리케이션이 기본 앱으로 추가”됨을 알렸다.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했으며 보안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화웨이에 이어 또 다시 중국발 보안 이슈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지난 1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틱톡(Tiktok) 어플리케이션이 기본 앱으로 추가됐음을 알렸다. 사진=LG전자 베스트샵 홈페이지
LG전자는 지난 1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틱톡(Tiktok) 어플리케이션이 기본 앱으로 추가됐음을 알렸다. 사진=LG전자 베스트샵 홈페이지

때로는 어떠한 선택을 하지 않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선택으로 간주될 수 있다. 2018년 취임 후 구 회장이 보여준 선택이 그러하다.

구 회장이 2019년부터 권봉석 사장을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 수장으로 겸직시킨 건 의외의 선택으로 보였다. 구 회장 취임 전부터 MC사업본부 적자는 지속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겸임을 할 정도의 무게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MC사업본부에 존재하던 문제를 유지하는 결정이기도 했다. 비록 권 사장이 MC사업본부에 몸을 담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주로 HE쪽에서 경력을 이어 왔었다. 이는 ‘가전의 시각에서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MC사업본부 직원들이 의견을 낼 수 없고, 의견을 내도 먹혀들지 않는 건 결국 MC사업본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원인도 있다. MC사업본부 최고위직은 이연모 MC사업본부장 부사장과 정수헌 MC해외영업그룹장 부사장이다. 사장단 이상에서는 MC사업본부 입장을 대변해 줄 인물이 없다.

또 LG전자 320여명의 상무급 이상 임원 중 MC사업부는 19명뿐이며, 62명의 전무 중 MC사업본부는 4명이다. 그간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결과겠지만 그로 인해 인사 구성 자체가 MC사업본부로서는 힘을 받을 수가 없게 됐다.

여기에 더해 권 사장의 사례처럼 HE나 H&A 사업본부에서 MC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긴 후 그 결과에 상관없이 다시 보직을 옮기며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케이스도 MC사업본부 내 불만으로 나오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남아 있는 MC사업본부 직원들만 책임지는 양상이 된다.

남아 있는 MC사업본부가 일을 더 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23분기 연속 적자가 시작되기 전인 2010년 LG전자 MC사업본부 직원 수는 약 1만명이었다. 이 숫자는 현재 3700명까지 줄었다. LG그룹은 매년 고객 중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MC사업본부 인원을 줄임에 따라 2018년 내세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후지원’도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권봉석 사장이 MC사업본부 매각설을 두고 직원들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매각설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얘기로 퍼져있다. 사진=커뮤니티 캡쳐
권봉석 사장이 MC사업본부 매각설을 두고 직원들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매각설을 믿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사진=각 커뮤니티 캡쳐

MC사업본부 직원은 “사람이 줄어 자기 일을 하기도 바빠 아이디어를 낼 환경이 아니다”고 토로한다. 또 “롤러블 일정이 점점 밀리면서 접을 가능성도 있다”며 MC사업부 매각에 대해 “거의 확실한 듯 보이며 1월 말 발표를 한다고 한다”는 얘기도 꺼냈다.

MC사업본부 매각설이 가라앉지 않자 권봉석 사장은 20일 본부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풍문을 가라앉히려 했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 규모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권 사장은 매각설을 정면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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