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도전기②] 구독자 1000명 대체 언제 모으냐고? 뭣이 중한디
[유튜브 도전기②] 구독자 1000명 대체 언제 모으냐고? 뭣이 중한디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10.2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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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유튜브는 선망의 대상, 유토피아다. 유튜버가 되겠다는 욕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명 중 1명 이상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에서 과학자는 사라지고 유튜버가 이름을 올렸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하면 나도 대박 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6개월간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허와 실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은 언제 찍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은 언제 찍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유튜브를 시작하면 누구나 수익창출 기준인 구독자 1000명에 목을 맨다. 초보 유튜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언제 1000명 찍나요?’일거다. 고작 1000명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1000명의 벽은 생각보다 공고하다. 

유튜브를 위한 준비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고, 요즘엔 워낙에 편집 어플도 성능이 좋아 모바일로 얼렁뚱땅해도 어느 정도 태가 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얼굴을 드러낼 생각이라면 캠이 필요하겠고, 자막이나 영상자료 위주로 간다면 캠 없이도 유튜브 채널은 굴러간다. 수십만원의 전문가용 마이크나 화려한 조명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지구력과, 남과 다른 전문성, 화제를 읽어내는 관찰력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갖춰도 구독자 1000명은 보장되지 않는다. 

1인 유튜버를 한다는 건 무임금 야근을 자청했다는 뜻이다.
1인 유튜버를 한다는 건 무임금 야근을 자청했다는 뜻이다.

직장 또는 학교를 다니면서 1인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례에 대입해보자. 언제 촬영하고 편집하며 업로드를 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오후 7시부터 유튜브 작업이 가능하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가장 최소의 단위인 5분짜리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몇 시간이 필요할까. 대본작성, 녹화 또는 녹음, 편집까지 생각하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다섯 시간은 필요하다. 이마저도 전 과정이 매우 숙달됐을 때 얘기다. 대부분의 직장인 유튜버는 이틀에 걸쳐서 영상 하나를 뽑아낸다. 퇴근 후 여가시간을 모조리 투자하면 일주일에 3개정도의 영상 업로드가 가능하다. 

부푼 기대감을 앉고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조회 수는 아마 무척이나 실망스러울 거다. 조회 수 1000은 고사하고 100을 못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본인의 유튜브 시청 습관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독자1, 영상하나가 올라온 채널의 영상을 본 기억이 있는가. 더 나아가 그런 초보 유튜버 채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구글의 알고리듬은 잘나가는 채널, 다른 이들의 충분한 흥미를 끌었다고 검증된 콘텐츠를 선별해 노출해준다. 그래서 대중들은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 맛집 골목밖에 접하지 못한다. 어제 신장개업한 채널에 가서 ‘열심히 하라’며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는 선한 시청자는 이 바닥에 존재하지 않는다. 

첫 영상에 이정도면 매우 준수한 정도다.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겠지만.
첫 영상에 이정도면 매우 준수한 정도다.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겠지만.

첫 영상의 충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철구도 처음엔 자기소개도 제대로 못할만큼 버벅였다. 누구나 겪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처음이니까 그렇지 주기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면 조회 수가 누적될 거고 그러다보면 구독자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다. 당신의 유튜브 계정을 열고 지금까지 몇 개의 채널을 구독했는지 계산해 보라. 대부분 10개 채널을 넘어가지 않는다. 시청은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시청자들은 미슐랭급 미식가다. 자신의 취향, 성실도, 인기, 재미 등 다각적 요소를 고려해 자신의 기준선을 통과한 채널에만 구독이란 세례를 내려준다.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뜨내기 손님은 구독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구독자는 단순 시청자가 아닌, 당신에게 흠뻑 빠진 애청자 VVIP들이다. 그래서 영상을 단순히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10점 만점에 9점은 넘어가는 대단히 만족할만한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야 구독자를 확보할 수가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초보 유튜버가 이미 수년간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백전노장 유튜버들보다 더 흥미로운 영상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미 그들은 구찌이며 프라다이고 베르사체급 브랜드다. 이제 유튜브에 발을 들인 당신의 인지도는 동대문 보세 옷보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유튜브는 시장진입장벽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당신만큼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슬프게도 매일같이 새 채널을 연다. 

남과 다른 자신만의 전문성으로 승부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설득력 있는 얘기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인이 옷태가 좋고 잘생겨봤자 신세경을 이길 수 있겠는가. 패션에 남다른 감각이 있다 한들 한혜진, 한혜연보다 잘 입을까. 음악이 소질이 있다 한들 쇼미더머니 우승자를 이길 수 있나. 세상아래 새로운 건 없다. 유튜브엔 이미 당신의 전문성을 한없이 초월한 괴수들이 포진해 있다. 시청자는 남과 다른 전문성 정도가 아니라 남들보다 우월한 전문성을 요구한다.  

누군가는 노래틀어놓고 공부만해도 수십만의 조회수를 찍는다. 유튜브는 인생만큼 불공평하다.
누군가는 노래틀어놓고 공부만해도 60만 조회수를 찍는다. 유튜브는 인생만큼 불공평하다. 사진=유튜브 '노잼봇' 채널

경쟁이 지금보다 덜 했던 유튜브 서비스 초기에는 ‘듣보잡’이 유튜브를 통해 지명도를 얻고 스타로 거듭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명인 중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 없는 사람은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애초부터 불공평한 게임이다. 유명한 사람은 유튜브에서도 유명하고 일반인은 유튜브에서도 ‘듣보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쉽게 팬을 얻는다. 사람들의 여가시간은 한정돼 있고 무명 보다는 유명인의 채널에서, 좀 더 잘생기고 몸매가 좋은 사람에게 시간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 합리적인 판단이다. 오늘 출근한 신입사원과 경력 10년의 차장 중 누구에게 일을 맡기고 싶은가. 최근 시작해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획득한 채널을 분석해보자. 대부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을 대로 굵은, 유튜브를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색다르게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다수의 편집자와 스튜디오를 갖춘 대형 유튜버들과 연예인들, 그리고 방송국의 무궁무진한 콘텐츠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색다르게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다수의 편집자와 스튜디오를 갖춘 대형 유튜버들과 연예인들, 그리고 방송국의 무궁무진한 콘텐츠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내 채널은 '전국노래자랑'을 이길 수 있는 생각해보자.

여전히 당신은 포기하지 않을 거다. 질로 밀린다면 속도전이다. 거대 유튜버들을 상대하기 위해 1인 유튜버의 기동성을 활용해 키워드를 선점하겠다고 다짐한다. 세계2차 대전 프랑스를 공략하기 위해 독일군이 써먹었던 ‘블리츠크리크(Blitzkrieg‧전격전)를 생각하면 쉽다. 거대 유튜버들이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남다른 시각으로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저녁도 컴퓨터에서 먹고, 어느 때에는 새벽에 일어나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조금씩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며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독자는 생각만큼 늘지 않는다. 어쩌면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렸던 수십 명의 구독자가 이탈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전문성을 살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초심은 어느새 온 데 간 데 없다. 당신이 변했다는 걸 느낀 애청자들은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빨라봤자 전업 유튜버의 속도를 따라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은 24시간 유튜브만을 위해 움직이지만 당신은 출근해 있는 동안 개점휴업 상태다. 아무리 좋은 이슈가 떨어져도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독자 수십만이 채널들은 대부분 스튜디오와 편집자 3~4명을 갖춘 법인체제로 전환한다. 체급자체가 다르다. 결국 양과 질 모두에서 기존 유튜버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슬픈 결론에 다다른다. 

100원에 구독자 1명이라,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인가. 하지만 속지말자, 함정이다.

이때쯤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 꼼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표적인 것이 구독자 교환이다. 초보 유튜버가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 가서 서로 구독을 눌러주는 상부상조의 정신에 기대보는 거다. 힘들 게 영상을 올려 구독자를 모으는 것보다 채널 발전 속도도 빠른 듯 보인다. 구독자를 돈을 주고 살 수 도 있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 여가시간을 송두리째 바치는 노력을 생각하면 사실 돈을 주고 구독자를 모으는 게 남는 장사처럼 보인다. 분명 순식간에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할 수 있다. 

1000명에 도달한 당신이 발견한 게 되는 건 황금의 땅 엘도라도가 아니라 깡끄리 말라버린 황무지다. 수익창출을 위해선 구독자 1000명 뿐 아니라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대다수의 초보 유튜버들은 구독자 기준이 아니라 시청시간을 채우지 못해 좌절한다. 5분짜리 영상을 사람들이 얼마나 시청해야 4000시간의 벽을 깰 수 있을까. 1시간은 60분, 4000시간은 24만분이므로, 4만8000 누적 조회수가 필요하다. 아니다 실은 그보다 더 하다. 통계적으로 시청자가 한 영상의 50%만 시청해줘도 꽤 몰입도 있는 영상이라고 평가한다. 때문에 10만정도의 조회수를 확보해야 4000시간을 넘길 수 있다. 서로 구독과 구독자 구매로 1000명을 넘겼다면 낭패감에 휩싸일 거다. 쉽게 얻은 구독자들은 당신의 영상을 시청하지 않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깨닫는다.

여기까지 오면 십중팔구는 유튜브를 접게 된다. 고되고 힘든, 확률 낮은 도박에 배팅하느니 그 시간에 쿠팡플렉스 알바라도 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고비를 넘어 수익창출에 성공한 유튜버가 있다면 무한한 존경과 박수를 건넨다. 아이돌로 따지면 100명 중 1명이 돼, 연습생을 넘어 데뷔쯤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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