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죽하면 ‘가짜뉴스’ 대응할까
[기자수첩] 오죽하면 ‘가짜뉴스’ 대응할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2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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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통일부 ‘팩트체크’ ‘가짜뉴스 대응’ 코너 신설
코로나19·김정은 유고설 등 중대 사안서 한국 언론 처참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인 ‘뉴스 신뢰도’ 꼴찌 수준
사회적 위기·중대 사안서 철저한 검증 필요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정부와 지자체가 최근 ‘가짜뉴스’ 대응 코너를 운영해 주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이상설’ 관련 허위 정보가 언론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이를 바로잡자는 취지로 보인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시는 현재 권영진 시장의 ‘정례 브리핑’과 더불어 가짜뉴스를 해명하는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늑장 지원 해명’ 등 25일 기준 25개 팩트체크 게시글이 올라왔다.

시(市)는 지난 3월 입장문을 내고 “가짜뉴스 및 악성루머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을 통해 확산되자 시민들의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북한 관련 뉴스도 예외가 아니다. 통일부도 최근 부처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대응 코너를 신설했다. 게시판에는 유튜버 ‘문갑식의 진짜TV’가 지난 4월 “북한에 보낼 마스크를 하루 100만 장씩 만들고 있다”는 루머에 대해 해명한 글이 올라왔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7일 가짜뉴스로 판단, ‘시정요구(접속차단)’ 조처를 내린 콘텐츠다.

지난달에는 국내외적으로 ‘역대급’ 북한 관련 가짜뉴스 해프닝이 일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설’ 소식은 한반도는 물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외교 분야의 허위 정보는 자칫 주변국들의 불필요한 마찰을 부추길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듯 ‘김정은 식물인간’ ‘김정은 사망’ 등 허위 정보를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썼다.

하루가 멀다고 생산되는 가짜뉴스 탓에 당국의 행정력 낭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구시 공보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직원이 방역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 언론의 허위보도 대응으로 방역에 소홀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3월 가짜뉴스로 인한 연간 경제적 피해액이 30조 9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GDP(2015년 1559조 원)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구원은 가짜뉴스 피해 심각성을 두고 “사회적 신뢰 저하와 정치적 양극화 등을 야기한다”며 “개인 및 기업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통일부는 최근 부처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대응 코너를 신설했다. 게시판에는 유튜버 ‘문갑식의 진짜TV’가 지난 4월 “북한에 보낼 마스크를 하루 100만장씩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해명한 글이 올라왔다. (사진=통일부 홈페이지)
통일부는 최근 부처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대응 코너를 신설했다. 게시판에는 유튜버 ‘문갑식의 진짜TV’가 지난 4월 “북한에 보낼 마스크를 하루 100만장씩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해명한 글이 올라왔다. (사진=통일부 홈페이지)

■ 국민들 언론 왜 못 믿나 고민 필요

온 사회가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언론 보도의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는 22%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언론 자유 지수는 세계 42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지만, 신뢰도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각종 카페와 SNS에서는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단어가 자유롭게 쓰이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이 신뢰에 금이가면서 존재 이유마저 위태로워졌다.

최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펴낸 ‘북한 관련 허위정보 실태와 대응’ 보고서는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단순히 허위정보 유통을 넘어 안보 불안감을 고조 시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오보를 작성한 기자에 대해 적절한 인사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남북 간 언론교류를 의제로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와 남북관계 악화 등에 따른 정부 대책은 아무리 촘촘해도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되 실천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언론이 특정 사안을 부풀려 본질을 왜곡하면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은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

저널리즘의 원칙(객관성·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재난 앞에 언론은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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