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난지원금 풀리자 상인들 ‘기대’… ‘제로페이’ 안 되기도
[르포] 재난지원금 풀리자 상인들 ‘기대’… ‘제로페이’ 안 되기도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1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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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3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통시장 들떠
‘바가지’ 논란 의식한 듯 카드·지원금 환영 홍보전도
일부 매장선 모바일 결제 안 돼… 서울시 “불법 사용 엄단”
15일 영등포 전통시장 모습. 매장 곳곳에 ‘카드결제·지역화폐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줄지어 보였다.(사진=최종환 기자)
15일 영등포 전통시장 모습. 매장 곳곳에 ‘카드결제·지역화폐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줄지어 보였다.(사진=최종환 기자)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13일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지원금)을 지급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매출 상승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매장에선 모바일 상품권 결제 시스템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왔다.

정부는 오는 7월 말까지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지원금을 선불형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포인트 등의 형태로 지급한다. 총 14조 3000억 원 규모다. 지원금은 전통시장을 비롯해 음식점, 동네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유흥업소에서는 쓸 수 없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15일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에는 구슬 비가 내리는 오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잦았다. 물건을 사기 위해 지원금으로 받은 상품권이나 카드를 꺼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지원금 바가지’는 느낄 수 없었다. 앞서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장에서 재난지원금을 함부로 못 쓰게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재난지원금으로 사면 두부 한모에 4500원 받는다. 재난지원금으로 사면 수수료 600원 줘야 한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일부 언론이 상인들을 매도하거나 지원금을 질타하는 보도를 쏟아내자 정부 지원금 정책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을 의식한 듯 시장 입구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을 독려하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매장 곳곳에서는 ‘카드결제·지역화폐 환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줄지어 보이기도 했다.

시장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지만, 상인들은 이번 지원금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국밥집을 운영하는 양경인(68) 사장은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늘어 감염병 우려 탓에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하지만, 며칠사이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돼 매출이 2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즈음 국밥집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양 사장은 주문을 받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모처럼 식당은 활기가 돋았다. 양 사장은 “감염병 확산 우려 탓에 소비가 많이 침체됐다”며 “재난지원금이 전통시장과 사회 전반에 큰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과일을 판매하는 A 씨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거에는 단골손님이 많았다”며 “서울시와 정부 지원금 덕분에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한 달 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영등포 전통시장 내 칼국수 식당 입구에는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사진=최종환 기자)
영등포 전통시장 내 칼국수 식당 입구에는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사진=최종환 기자)

■ 일부 매장선 여전히 카드·제로페이 안 돼

하지만 일부 매장은 카드 단말기가 없어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원금 사용처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날 전통시장을 찾은 성연숙(영등포구·58) 씨는 “신발을 사러왔지만, 정부 지원금을 쓸 수 없었다”며 “사장님이 카드 결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냥 나올 수 없어 현금을 주고 구매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매장에서는 현금 외에 물건을 살 수 없었다. 사장 B 씨는 “곧 폐업할 예정이라 카드 단말기가 없다”며 “지원금이 지급됐지만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에둘러 상황을 설명했다.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없는 곳도 많았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장 ‘QR코드’를 인식하면, 본인 계좌에서 판매자에게 금액이 이체되는 결제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신청자가 모바일 상품권으로 지원금을 받을 경우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는 이불을 판매하는 소형 매장을 찾아 사장에게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카드나 현금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가게는 제로페이 QR코드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기자처럼 모바일 상품권으로 서울시 지원금을 받은 이는 이곳에서 지원금을 쓸 수 없게 된 셈이다.     

일부 매장에서 단말기와 제로페이 등 결제 시스템이 미비한 탓에 지원금 사용처를 확대하자는 지적도 나왔다. 소상공인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정부 정책이 시민들의 소비 패턴을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소비자는 “젊은 세대들은 카드나 모바일로 결제하는 데 익숙하다”며 “하지만 전통시장 내 일부 매장에서는 결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물건 구매가 꺼려질 때가 있다. 지원금 사용 장소를 확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상품권 깡’ 등 긴급재난지원금을 불법으로 사용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시는 지원금 신청 시 공지사항으로 “서울사랑상품권 또는 선불카드를 불법거래 할 경우 전액환수 조치 및 최고 징역 3년 또는 벌금 2000만 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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