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창사 첫 희망퇴직 시행…"정직원 내보내고 계약직 채운다"
롯데백화점 창사 첫 희망퇴직 시행…"정직원 내보내고 계약직 채운다"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10.0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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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근속 20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
"이미 신연봉제 통해 간접적인 구조조정 시행하고 있다"
8일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 지회장. 사진=변정인 기자
8일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 지회장. 사진=변정인 기자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롯데백화점이 창사 42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자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신연봉제와 부당한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 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은 노골적으로 구조조정 칼날을 직원들에게 들이대고 있다”며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빼앗아가는 신연봉제와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사내공지를 통해 2주간 근속 2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직원은 약 4700명이며 그 중 2000명 가량이 근속 20년 이상 직원에 해당된다. 롯데백화점은 희망 퇴직자에게 24개월 임금과 위로금 30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 지회장은 “청춘을 바친 회사에 고작 2년 치 임금에 위로금을 받고 나오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그럼에도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희망퇴직 신청을 조기마감 한다는 소문이 나오는 것은 롯데백화점이 올해부터 시행한 신연봉제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최 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이 신연봉제를 통해 이미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신연봉제는 롯데백화점 직원의 10%가 반드시 하위등급을 받게 되며 10%에 해당되는 직원은 3~10%까지 누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처음 하위등급에 속할 경우 성과급이 삭감되고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을 시 기본급여가 삭감된다. 또 부문장 재량에 따라 2등급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최 지회장은 “임금과 연동돼 하위고과를 받게 되면서 같이 일하는 직원들끼리 10%에 들지 않기 위해 서로를 질시하고 경쟁하게 된다”며 “롯데백화점 직원들은 10%에 들지 않기 위해 올해 내내 심리적 고통을 겪으며 서로를 괴롭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지회장은 “회사 정책으로 인해 직원들의 자존감이 하락하면서 퇴사를 고민하는 일이 잦았다”며 “회사는 롯데백화점을 지금처럼 만들어놓은 직원들에게 임금과 마음을 공격해 비용을 절감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희망퇴직이 최근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따라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인턴 100여 명을 채용했으며 하반기에도 100여 명 인턴을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최 지회장은 실제 희망퇴직의 결과는 인력 악순환이라고 주장했다. 계약직이 퇴사한 자리를 정직원으로 채우고, 희망퇴직으로 정직원이 나가자 대규모로 연봉이 적은 일자리 채용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은 라운지, 상품권데스크, 고객상담실 등 감정 노동이 필요한 고객 대응 직군에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배치해왔지만, 이들의 처우가 나쁘고 급여가 오르지 않아 지속적인 퇴사가 이어졌다”며 “그러자 롯데백화점은 정직원들을 고객 대응 직군으로 수시 발령 냈으며 이제는 희망퇴직으로 정직원들이 퇴사하자 전국적으로 계약직을 뽑겠다는 공고를 냈다”고 지적했다.

8일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성훈 롯데백화점지회 수석부지회장. 사진=변정인 기자
8일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성훈 롯데백화점지회 수석부지회장. 사진=변정인 기자

이성훈 롯데백화점지회 수석부지회장도 롯데백화점 측의 체질개선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이 수석부지회장은 “롯데쇼핑이 부진하다는 사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롯데쇼핑 부진의 주요 원인은 백화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 매출액은 3조9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44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매출액 7210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2%, 40.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석부지회장은 “이번 희망퇴직은 롯데백화점이 2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을 한 순간에 내친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에 구조조정이 반복될 것임을 알고 있지만, 신연봉제와 복지 삭감등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금주 롯데면세점노조 위원장도 롯데백화점 규탄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롯데백화점의 희망퇴직은 롯데면세점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8년부터 현장직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17년 신동빈 회장의 향후 5년간 7만명 신규채용은 정규직이 아닌 저임금 업체 직원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탄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장기근속자들을 솎아내려는 지금의 신연봉제를 비롯한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은 대기업인 롯데가 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롯데면세점 노동조합은 롯데백화점 구조조정 저지를 지원하고 연대할 것이며 롯데그룹이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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