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간절한 '차등의결권' 획득, 상장 전 미국 법인 출범할까
마켓컬리 간절한 '차등의결권' 획득, 상장 전 미국 법인 출범할까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4.06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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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획득 위해 상장 전 미국 법인 설립 필요
컬리 지분 58%+ 외국계 투자자, 이사회에도 포진…김슬아 대표 6.7% 지분 역부족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높아"…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 동력 제시해야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마켓컬리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사진=마켓컬리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외국계 투자자 지분율이 높은 마켓컬리가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미 증시 상장 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차등의결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기업공개(IPO) 추진을 진행 중이다. 컬리는 지난 2018년부터 국내 상장 주관사였던 삼성증권과도 최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는 미국에서 상장하면 현재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부풀릴 수 있지만 쿠팡처럼 투자자들로부터 차등의결권을 획득할 수 없다. 한국 법인인 컬리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도 미국 법인이 한국 법인을 소유하는 것으로 상장했기 때문에 마켓컬리 입장에서도 미국 법인을 만들어 한국 법인을 지배하는 식으로 차등의결권 획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에 법인을 만들 때 자본금 규모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업하는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쿠팡INC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미국 법인 쿠팡INC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1주당 29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확보했다. 현재 김 의장은 10.2% 지분으로 최대 76.7%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에게 차등의결권을 가져가야할 동기는 충분하다. 외국계 벤처캐피탈(VC)들이 회사 지분을 58%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장 후 이들로부터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가 높다. 

컬리 주요 투자자로는 애플과 구글 등에 투자했던 미국 세콰이어캐피탈(SCC Growth IV Holdco H, Ltd., SCC Growth V Holdco H, Ltd.)이 13.84%, 중국 최대 글로벌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캐피탈(HH SUM-XI Holdings Limited) 12.03%, 실리콘밸리 대형 투자사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Global VII, L.P.) 10.69%, 홍콩계 아스펙스 캐피탈(Aspex Master Fund) 7.60% 등이 있다.

반면 김슬아 대표 지분은 2년 새 27.94%에서 6.67%로 떨어졌다. 지난 2019년 1350억원 투자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5월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받으면서 지분율이 희석된 결과다. 

여기에 일부 외국계 투자자 측이 직접 컬리 이사회에 포진하고 있어 경영권 강화가 시급하다. 컬리 이사회엔 중국 측 투자사 2명이 사외이사로 들어와 있고 이중 한 명은 티엔티엔흐어 세콰이어 차이나 부사장이다. 사내이사로 있는 김종훈 마켓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컬리의 상장 주관사 모건스탠리에서 지난 2019년에 합류했다.

지분율로 보나 이사회 구성으로 보나 김 대표가 독립적 경영을 수행하긴 힘든 구조로 미국 법인 설립은 경영권 침해 우려를 상당히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상장 후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만큼, 김 대표로서는 차등의결권을 받는다면 성장을 위한 확실한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당면 과제에도 부딪힌다. 

마켓컬리는 신선식품 사업 위주로 성장했으나 네이버나 쿠팡 등이 독주하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미미하다. 쿠팡 대비 마켓컬리 매출액은 15분의 1 수준이다. 또 서울, 경기권에서만 사업한다는 한계가 있어 다른 이커머스 경쟁자들에 비해 성장 가능성에도 제약이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 서울 장지, 경기 화도, 죽전, 김포 4곳에만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쿠팡은 30개 이상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무적 투자자들로 경영권 획득보다 수익을 많이 올리는 것이 목표이기에 보호예수를 얼마나 둘 지 모르겠지만 빠른 투자금 회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위주로 특화한 빠른 배송이 장점이지만 제1시장을 네이버와 쿠팡이 석권해서 시장점유율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난해 마켓컬리의 성장은 코로나19 효과로 볼 수 있고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 백신 보급이 되면 오프라인 시장이 살아나고 마켓컬리 성장에도 한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9509억원으로 전년 4255억원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상장 첫날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이 5.4배인 점 감안하면 컬리는 미 증시에서 시가총액 5조원도 노려볼 만하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도 현재 PSR은 3~5배 수준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상장에 대해선 청탁 권유가 될 수 있는 법적 이슈가 있어서 어떤 내용도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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